북녘말 칼럼

아시저녁 / 아시잠

글벙 2009. 4. 8. 10:41

‘아시잠’은 ‘잠깐 드는 잠’이다. 이런 잠을 이르는 말로 ‘선잠·겉잠·어뜩잠’ 등이 있다.

“철민이 이제는 그만 하고 쉬라고 권했으나 어머니는 초저녁에 아시잠을 한숨 자고 났더니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냥 일손을 놓지 않았다.”(변희근 <뜨거운 심장>)

“어뜩잠이 들어 꿈속을 헤매다가 깨여난 명옥은 눈을 번쩍 뜨고서 달빛이 환히 비쳐드는 방안을 어수선한 심정으로 두리두리 살폈다.”(장편소설 <태양의 아들>)

‘아시’는 남북 두루 쓰는 토박이말로 ‘처음’을 뜻한다. ‘애’로도 쓰는데, 둘 다 ‘처음’을 뜻하는 ‘아?’에서 왔다. ‘아시’는 ‘애초’와 ‘애벌’로 구분하여 풀이하기도 하나, 애벌은 ‘애+벌(횟수)’ 짜임으로 ‘첫 번’이란 뜻이고, 애초는 ‘애+초’(-初) 짜임으로 ‘맨 처음’을 뜻하므로, ‘처음’이란 풀이로 아우를 수 있겠다.

‘아시빨래·애빨래’는 ‘애벌빨래, 처음 하는 빨래’다. ‘아시갈이·애갈이’는 ‘논밭을 처음 가는 것’, ‘아시논·애논’은 ‘처음 김을 매는 논’이다. ‘아시당초·애당초’는 ‘당초’와 비슷한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애당초’를 ‘애초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풀이했는데, ‘당초를 강조하는 말’로 보는 것이 옳겠다. ‘애초’에 ‘당(當)’이 곁들인 게 아니라 ‘당초’(當初)에 ‘애’가 결합했기 때문이다.

북녘말 ‘아시저녁’은 초저녁이고, ‘애저녁’으로도 쓴다. 이 ‘아시’는 ‘초가을·초어스름·초이튿날’ 등의 ‘초’ 자리에 쓸 수도 있겠다.

아시저녁·아시잠 / 김태훈  한겨레 칼럼 | 2007.02.04 (일) 오후 6:27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1884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