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동사니/일본어 in 한국어

가미소리로 슬쩍 밀어버리라고 귀띔해주고 싶어진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가미소리'라는 말을 한국어에서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도무지 가미소리의 뜻을 해석할 수가 없다. 다음 작품에서 그 뜻을 짐작해 보면, 가미소리는 어떤 물건인데 난리통에 구하기 어렵고, 무엇을 미는 도구이다. 가미소리의 뜻을 문맥을 통해 짐작해 보자.

저 소학교 모자를 쓴 아이들 중엔 오현중학이나 농업학교 아래 학년짜리들이 더러 끼어 있는 모양이다. 머리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어린것들인데도 나이를 속이느라고 저렇게 소학교 모표를 붙이고 다닌다. 열너댓 어린 나이가 무슨 분수를 알아 폭도 노릇을 하리야. 그러나 올봄에 저희 상급생인 중학 45학년 중에 몇십 명이 집단으로 입산하여 산폭도가 된 불상사가 생긴 다음부터는 중학생이라면 모두 한데 싸잡아 의심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개중에는 벌써 코밑이 뜬 숯검댕 묻은 것처럼 거뭇거뭇한 숙성한 놈들도 이따금 눈에 띄는데 그런 아이를 보면 귀리집은 걱정스러워진다. 저러다가 걸리면 어쩔려고…… <가미소리>로 슬쩍 밀어버리라고 귀띔해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 난리통에 <가미소리>는 또 어디 가서 구하나. 저번날 푸지게로 돌을 져나르던 한 아이가 바람에 모자를 휘딱 날렸는데, 귀리집이 그 모자를 집어서, 돌을 진 채 엉거주춤 서 있는  아이 머리에 얹혀준 일이 있었다. 그때 어쩌다 모자 안 속을 들여다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모자 안감에다 헝겊을 대어 몰래 담배 쌈지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저러다가 담배 핀다고 어른 취급받으면 어찌하려고…… 나이가 원수인 세상에 어른 되려고 하다니. 이 난세엔 아이는 자라서는 안된다. 나이 먹어서도 안되어. 젊은 나이가 죄요 원수인지라 반드시 총 맞거나 죽창 맞아 죽는 날이 오는 법이다.

<현기영의 '도령마루의 까마귀' 중에서> 1979년 작품
출처: 정통한국문학대계 (59) 어문각 1996



>>>> 아래에 정답이 있다.

.
.
.
.
.
.
.
.
.
.
.
.


가미소리는 일본어에서 온 말로 그 뜻은 면도칼로 보인다.



- []
1. [명사] 면도칼. 〔참고〕 「, …」 「, …」 「, …」 「, …」 등으로 셈.
2. [명사] (비유적으로) 동작·머리의 회전 등이 매우 빠르고 날카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