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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를 알고 싶다

茶 = 차? 다? 왜 두가지로 읽을까?

다방에서 왜 차를 팔까요? 다방이니까 '다'를 팔아야 하지 않나요? 차를 팔려면 '차방'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녹차, 홍차, 엽차, 우룽차, 보이차를 마십니다. 차를 마시면서 지켜야 할 예절은 '다도'입니다. '차도'가 아닙니다. 차를 마시는데 어째서 '다도'를 지켜야 할까요?

한자로는 茶로 같은데 왜 두가지로 읽을까요? 이 궁금증을 풀어 보겠습니다.

베이징에서는 茶를 '차'로 발음합니다. 요즘의 표준 중국어가 북경관화음이기 때문에 중국어 공부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중국어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자면 /챠/ 혹은 /치아/를 좀 빠르게 발음한 것과 비슷합니다. /차/와 거의 비슷합니다. 중국 북경(베이징)에서 종업원에게 당당하게 "차"라고 얘기해도 다 알아듣더군요.

그런데 우룽차(烏龍茶)의 명산지로 유명한 푸젠성에서는 茶를 /테/로 발음합니다.

중국은 사람도 많고 땅도 넓어서 중국어 사투리가 많고, 북경 지역의 중국어 화자와 남쪽 지역의 중국어 화자가 서로 대화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북경관화음으로 녹음된 드라마를 남쪽 지역에서는 자막을 통해서 본다고 하네요. 이처럼 중국어 사투리는 차이가 심합니다.

유럽에서 인도를 다니던 배가 더 동쪽으로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중국의 남쪽 지역 광저우, 아모이(중국음으로는 샤먼)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차'가 아닌 '테'를 싣고 유럽으로 되돌아 갔고, 유럽에서 유명해졌지요. 영국을 중심으로 무역이 이뤄졌는데, 그들이 싣고 갔던 '테'는 영어에서 '티(tea)'가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티(tea)의 인기가 높아지자, 영국은 차의 경작과 재배법을 연구하고,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서 티를 경작하여 홍차를 만들었습니다.

16세기 후반에 코사크의 예르마크가 시비르한이라는 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이반 대제에게 바쳤습니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의 동방 진출이 시작되었지요. '시베리아'는 '시비르한'에서 나온 말입니다. 당시 중국은 청나라 강희 대제의 시대였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충돌했고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 1727년 캬흐타 조약을 맺었습니다. 이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국경선도 정해지고 무역협정도 체결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차가 러시아로 전해졌는데요. 북경의 표준음인 '차'가 러시아로 전해져 러시아 말로는 '차이'입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주로 육지를 통해 교류했지요. 육지를 통해 중국과 거래하려면 중국의 북경(베이징)이 더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육지로만 중국과 교류한 것은 아닙니다. 한반도의 남쪽 지역과 중국의 남쪽 지역은 황해를 통해 배로 교류했지요. 우리말에 '차'도 들어오고, '다'도 들어온 것은 중국과 육지로도 교류하고, 바다로도 교류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중국 북쪽의 '차'도 수입하고, 남쪽의 '테'도 수입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차도'가 아니라 '다도'인 것을 볼 때, 예절의 지켜서 차를 마시던 것은 북쪽 사람들이 아니라 남쪽 사람들이라는 말이 되나요? 중국의 북쪽과 남쪽을 비교해 보자면, 남쪽이 땅도 기름지고 날씨도 따뜻해서 훨씬 살기 좋고 여유있게 살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좀 여유있게 살아야 예절을 차릴 수 있겠지요.

이 글은 '편집자도 헷갈리는 우리말'(김유동 저/삶과꿈)의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이 책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참 재미있고 유익한 책입니다. 워낙 좋은 내용이 많아서 종종 소개할 예정입니다.
차례를 보고 관심이 가는 것만 골라서 보아도 충분의 책의 가치를 한다고 봅니다.
저도 지금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고 있는데요. 한권 살 계획입니다.

편집자도 헷갈리는 우리말 - 10점
김유동 지음/삶과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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