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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영어 조기 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 썼던 글입니다만,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서 이곳으로 다시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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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조기 교육 열풍이 거세다.

영어 교육은 무조건 일찍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언어 교육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언어를 완전히 습득하는 나이를 10~13세로 잡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3~5학년에 해당한다. 하나의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언어를 배우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사고 방식을 배운다는 것과 같다. 한 아이가 태어나서 한국어를 배우면, 한국어의 사고 방식을 익히게 되어 한국어 방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고, 영어를 배우면, 영어의 방식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사는 어느 아이가 아예 외국에 살거나, 외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면, 그 아이는 한국어를 계속 듣고, 말하는 환경에 노출된다. 하루 24시간에서 잠자는 시간 10시간을 빼면, 14시간 정도 남는데, 그 아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하루에 2시간 이상 영어 환경에 노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영어 마을'에 간다고 해도, 1년에 몇 주에 불과한 시간이어서 매우 부족한 시간이라 하겠다.

아이의 환경은 한개의 언어(한국어)만 듣고, 말하는 환경인데,
그것도 아직 모국어 능력도 불충분한 상황에서 또 다른 언어(영어)를 배운다고 하는 것은 매우 큰 스트레스일 뿐더러, 언어 능력의 발달에 있어서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

<사진 : http://cafe.naver.com/bunibuniblloon/8630>

외국에 유학을 갔다 온 어느 학생이 두 가지 언어로 생각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학생은 한국어로 생각하는 것이 편할 때가 있고, 영어로 생각하는 것이 편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학생의 문제는 한국어도 영어도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외국어를 배우는 시점이 매우 애매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견도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외국어를 배우는 적절한 시점을 '모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로 본다. 그런데, 모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육체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부모가 잘 관찰하여 적절한 시기를 정하는 수밖에 없다.

무조건 일찍 시작하면 영어 교육을 성공한다는 생각은 참 어리석은 생각이다. 아직 한국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 교육을 해 봐야, 얼마나 교육이 되겠는가? 모국어도 잘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 동화를 무조건 들려주고, 원어민 강사의 말을 몇마디 듣는다고 해서 얼마나 영어 실력이 늘겠는가? 오히려 이런 교육이 아이에게 부담만 주고, 공부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만 불러올 수도 있다.

영어로 된 동화나 영화를 보여주면서, 영어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영어에 대한 흥미를 일으켜 준 다음, 본격적인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