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제2장 4항을 보면 한글 자모의 명칭에 대해 나옵니다.
제 2 장 자 모
제 4 항 한글 자모의 수는 스물넉 자로 하고, 그 순서와 이름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ㅁ(미음)
ㅂ(비읍) ㅅ(시옷) ㅇ(이응) ㅈ(지읒) ㅊ(치읓)
ㅋ(키읔) ㅌ(티읕) ㅍ(피읖) ㅎ(히읗)
ㅏ(아) ㅑ(야) ㅓ(어) ㅕ(여) ㅗ(오)
ㅛ(요) ㅜ(우) ㅠ(유) ㅡ(으) ㅣ(이)
[붙임 1] 위의 자모로써 적을 수 없는 소리는 두 개 이상의 자모를 어울러서 적되, 그 순서와 이름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ㄲ(쌍기역) ㄸ(쌍디귿) ㅃ(쌍비읍) ㅆ(쌍시옷) ㅉ(쌍지읒)
ㅐ(애) ㅒ(얘) ㅔ(에) ㅖ(예) ㅘ(와) ㅙ(왜) ㅚ(외) ㅝ(워) ㅞ(웨) ㅟ(위) ㅢ(의)
[붙임 2] 사전에 올릴 적의 자모 순서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자 음: ㄱㄲㄴㄷㄸㄹㅁㅂㅃㅅㅆㅇㅈㅉㅊㅋㅌㅍㅎ
모 음: ㅏㅐㅑㅒㅓㅔㅕㅖㅗㅘㅙㅚㅛㅜㅝㅞㅟㅠㅡㅢㅣ
한글 자음의 명칭은 <자음 + 'ㅣ'>와 <'ㅡ' + 자음>의 원리로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는 최세진이 1527년에 간행한 '훈몽자회'에 나와있는 자모의 명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학계에서는 최세진이 이런 원리를 만들었다기보다는 당시 그런 방식으로 불리던 것을 정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글 자음의 명칭부여 원칙에서 어긋나는 글자는 'ㄱ', 'ㄷ', 'ㅅ'입니다.
'ㄱ', 'ㄷ', 'ㅅ'이 다른 자음과 다른 명칭을 갖게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훈몽자회는 한자 자습서로써 한자의 음을 한글을 통해 터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훈몽자회에서는 한자 자습을 위해 먼저 한글을 배워야 하는데,
한글의 명칭을 한글이 사용된 예로 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자음이 초성(첫글자)에 사용된 경우와 종성(받침)에 사용된 경우를 한글의 명칭에서 보임으로써 쉽게 한글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죠.
당시에는 한자가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문자였기 때문에 한자를 통해서 한글을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한자를 이용해 한글의 명칭을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기윽'과 '디읃', '시읏'을 표기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자에는 '기윽'의 '윽', '디읃'의 '읃', '시읏'의 '읏'을 나타낼 글자가 없었던 까닭이죠.
궁여지책으로 '기윽'을 ‘其役’(기역)으로
‘ㄷ’은 ‘池末’(디귿)로
‘ㅅ’은 ‘時衣’(시옷)으로 적은 뒤
‘末, 衣’에는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이 표시는 한자의 음이 아닌 뜻으로 읽으라는 표시입니다.
‘池末’을 현대 한자음으로 읽으면 '지말'이 되겠고, '말'자가 '끝 말'이니까, '지끝'이겠지요.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아직 구개음화가 나타나지 않아서 池는 '못 지'가 아니라 '못 디'입니다. 또, 지금은 末을 '끝 말'로 읽지만 당시에는 '귿 말'로 읽었습니다. 그래서 '디귿'이 되는 것이죠.
'時衣'은 현대 한자음으로 읽으면 '시의'이겠지만, 衣는 '옷 의'이므로 '시옷'으로 읽게 됩니다.
따라서, 훈몽자회에 나오는 자음의 명칭을 보면,
'ㄱ'은 '기역', 'ㄷ'은 '디귿', 'ㅅ'은 '시옷'으로 표기되었다고 하겠습니다.
현재의 한글 자모의 명칭은 이에 따른 것입니다.
참고로, 북한의 한글 자모명칭은 '기윽', '디읃', '시읏'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이는 명칭을 정할 때, 원칙을 중요시 할 것인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상적 명칭을 중요시 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북한은 원칙을 중요시 했고,
남한은 관용적 쓰임을 중시했기 때문에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어 교육,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등을 고려할 때
'기역, 디귿, 시옷'보다는 '기윽, 디읃, 시읏'으로 통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더!
훈몽자회에서는 'ㅈ, ㅊ, ㅋ, ㅌ, ㅍ, ㅎ'의 이름을 어떻게 표기했을까요?
한자로 표시했음은 물론이지만, '지, 치, 키, 티, 피, 히'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 글자들은 당시 받침으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받침으로 쓰이는 이름' 부분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죠.
당시에는 '8종성 가족용(八終聲可足用)'이라고 하여, 종성 즉, 받침에서는 8개의 글자만을 사용했습니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여덟 개의 받침만 사용했지요.
그래서 종성(받침)으로 쓰이지 않는 글자들은 이름이 한글자였습니다.
'국어를 알고 싶다'로 발행했던 원고를 일부 손질했습니다. 2009. 9. 6.
한겨레 칼럼으로 실었던 다른 글도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http://writingcenter.tistory.com/admin/entry/edi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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