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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횡단보도 지나는 엠블런스 응급차 위험천만

횡단보도는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다. 보행자의 녹색불이 켜져있다면, 절대로 횡단보도에 차가 들어오면 안 된다.

녹색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보행자를 엠블런스가 쳤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응급차 과실일 것이다.

법적인 문제는 잘 모르니 넘어가고... 그런데, 응급차의 삐뽀삐뽀하는 소리를 듣고도 그 소리를 무시하고 길을 건넌 보행자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도의적으로라도 말이다.

응급 환자를 태운 엠블런스에 한번이라도 타본 사람은 언뜻 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 타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진 출처 :  에어백 없는 119구급차 YTN >


이런 상황이 있었다. 버스중앙차로가 시행되고 있는 도로에서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들어왔다. 사람들이 길을 건너갈 무렵, 저쪽에서 엠블런스가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저 급한 삐뽀삐뽀 소리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들...

난 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셔 가기 위해 응급 상황에서 엠블런스를 탄 적이 있었기에 엠블런스 안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 엠블런스는 정말 1초, 2초가 아쉬운 상황이다. 30초에서 1분 차이로 한 사람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응급차는 환자에 대한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는 차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특급 운송의 기능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도 문제이긴 하지만... 응급차를 대하는 운전자들도 또한 문제가 있지만, 길을 건너는 보행자도 참 심각하다.

보다못한 나는 외쳤다. "저기 엠블런스가 옵니다. 잠깐 멈추세요!!"

그제서야 사람들은 고개를 들고 엠블런스를 보며, 주춤주춤 멈춘다. 엠블런스는 이번 횡단보도를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고도 지나갈 수도 있었다. 다음 횡단보도는 멈추지 않고 잘 지나갈 수 있었을지...

어느 날은 내가 멀리서 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녹색불로 길을 건너는 보행자 때문에 거의 멈췄다가 가는 응급차도 있었다.

버스 중앙차로제도는 엠블런스가 혼잡한 도심을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횡단보도가 변수다. 엠블런스의 싸이렌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보행자 때문에 도심을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길을 건너다가 응급차의 삐뽀삐뽀가 들리면, 잠시 고개를 들어 그 방향을 보세요. 혹시나 내가 건너려는 횡단보도를 그 응급차가 지날 지도 모르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응급차를 잠시 보내주지 못할 정도로 급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